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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바다에 누웠던 날 — 4월부터 지금까지 4월부터 뭔가를 계속 하려고 했다.블로그도 쓰고, 서비스도 만들고, 수익도 내보려고. 머릿속에 계획은 많았다. 그런데 실제로 손에 잡히는 건 없었다. 수익은 하나도 생기지 않았고, 애드센스는 계속 거절당했고,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 안 하게 됐다.억지로 하던 것들이 귀찮아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그러다 강원도를 다녀왔다.아내와 함께. 바다가 있었다. 물이 맑았다.처음엔 그냥 들어갔다. 수영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물에 들어갔다가, 어느 순간 몸을 뒤로 눕혔다.등이 물에 닿는 순간, 뭔가 달라졌다.맑은 공기, 시원한 물, 그리고 아무 소리도 없는 것 같은 그 느낌.떠 있었다.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물으면, 솔직히 아무 생각도 없..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 사장님 SNS 연구소가 전하는 말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 에서 이렇게 썼다."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다."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 그 말이 생각났다.누군가에게 알려주려고 쓴 것도 맞지만, 어딘가에는 나 스스로와 대화하고 싶었던 것도 맞다.마케팅이 어렵다는 것. 혼자 하는 것들이 쌓이다 보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비 오는 날 손님이 없어도 가게 문을 여는 것에 이유가 있다는 것.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 뭔가를 혼자 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가게를 운영하거나, 뭔가를 만들거나, 누군가를 돌보거나.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매일 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칼릴 지브란은 《예언자》 에서 이렇게 썼다."일은 사랑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이 말이 좋다. 거창하지 않아서.대단한 사명 같은 게 아니라, 매일 하는..
빠르게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 3년째 되던 해에 알았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각이다."이 문장을 비틀어보면 이렇게 된다."빠르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엇비슷하고, 오래 걸린 사람들은 이유가 제각각이다."후자가 더 재밌다고 생각한다.가게를 연 첫 해, 나는 계속 "1년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주변에서 빠르게 성공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급해졌다. SNS에 "오픈 6개월 만에 월매출 OOO"이라는 글을 보면 괜히 내가 뒤처지는 것 같았다.그 조급함이, 지금 돌아보면 꽤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게 했다.2년째가 됐을 때 조금 달라졌다.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불안이 줄었다. 익숙해진 걸 수도 있고, 포기한 걸 수도 있었다.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단골이..
옆 가게가 잘 될 때 드는 감정에 대하여 — 솔직하게 도스토옙스키는 《지하로부터의 수기》 에서 이렇게 썼다."나는 병든 사람이다. 나는 심술궂은 사람이다. 매력 없는 사람이다. 내 간이 아프다고 생각한다."이 첫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이상하게 웃겼다. 소설 첫 줄이 이래도 되나 싶어서.그런데 오래 생각하니 알겠더라. 이 솔직함이 독자를 잡아당기는 거라는 걸.그래서 나도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옆 가게가 잘 될 때, 처음 드는 감정은 기쁨이 아니다."왜 저기는 되고 나는 안 되지."이 생각이 먼저 온다. 그리고 바로 그 생각에 죄책감이 따라온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그 두 감정이 거의 동시에 온다.실제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걸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다들 "옆 가게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물론 그 마음도 있다. 동네 상권이 살아..
이름도 모르는 그 손님 — 기억에 남는 사람에 대하여 알베르 카뮈는 《이방인》 을 이렇게 끝낸다."마치 그 거대한 분노가 내 안의 악을 씻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희망은 사라지고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이 문장을 가게 혼자 있을 때 읽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손님이 없는 날, 이게 무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혹시 이건 아닐까.이름도 묻지 않았고, 연락처도 없는 손님이 있다.한동안 자주 오다가 사라진 사람들.그 사람들이 가끔 생각난다. 이유는 모르겠다.내가 아는 어느 분은 네일샵을 운영하는데, 시술하다가 손님이 울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아무 이유도 말 안 했다. 그냥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그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화장지만 슬쩍 내밀었다고 했다.그 손님은 "감사합니다" 하고 갔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비 오는 날 손님이 없을 때 하는 생각들 보들레르는 시 《우울》 에서 이렇게 썼다."이 세상 전체가 감옥으로 변해버리고희망은 겁에 질린 박쥐처럼 날아다닌다."비 오는 날 손님이 없는 오후에 이 시를 읽으면, 조금 웃긴다.과하게 공감이 돼서.비가 오면 손님이 줄어든다. 이건 거의 모든 소상공인이 알고 있는 불문율이다.특히 오후 두 시. 비는 오고, 손님은 없고, 직원도 나도 서로 눈을 피하면서 각자 폰을 보거나 행주를 접는 척 한다.그 시간이 꽤 길게 느껴진다.시계를 보면 5분밖에 안 지났다.그 시간에 이상한 생각들을 많이 했다.처음엔 불안했다. 오늘 매출이 얼마일까. 저번 달이랑 비교하면. 이러다가 안 되는 거 아닐까.그러다가 어느 순간 창밖을 봤다.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한참 봤다. 별 생각 없이. 그냥.그 5분이 꽤 좋았다.무..
매일 아침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 — 반복이 지루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날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반복이야말로 존재의 핵심이다. 새로운 것의 아름다움은 금방 바래지지만, 반복의 아름다움은 깊어진다."처음 이 말을 읽었을 때 솔직히 반발했다.반복이 아름답다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가게를 여는 게?가게를 열기 시작한 첫 달은 모든 게 새로웠다.같은 재료를 손질해도 두근거렸다. 같은 메뉴를 만들어도 뿌듯했다.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에도 긴장했다.그런데 두 달, 세 달이 지나면서 그 감각이 흐려졌다.이게 지루한 건지, 익숙한 건지 구분이 안 됐다.어떤 날 아침, 출근길에 항상 지나치던 골목에서 처음으로 고양이 한 마리를 봤다.아마 전에도 있었을 텐데. 내가 못 봤을 뿐이다.그때 알았다. 같은 길인데, 내가 보는 게 매일 달랐다는 걸.시인 라이너 마..
잘 안 되는 날에도 가게 문을 여는 이유 — 의지가 아니라 관성에 대하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 에서 이렇게 썼다."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처음엔 그냥 예쁜 말이라고 넘겼다. 그런데 잘 안 되는 날이 계속되던 어느 겨울, 그 문장이 갑자기 달리 읽혔다.사막처럼 느껴지는 날들. 손님도 없고, 매출도 없고, 의욕도 없는 날들.그래도 어딘가에 샘이 있다고, 생텍쥐페리는 말하는 걸까.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믿지 않았다.가게를 열고 세 달이 지났는데 손님이 안 늘었다. 광고도 해봤고, 메뉴도 바꿔봤고, 인테리어도 조금 바꿔봤다. 그래도 조용했다.그 시기에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면서 든 생각이 있다."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의지로 버텼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사실은 그냥 관성이었다. 어제도 열었으니까 오늘도 연다. 그게 전부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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