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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아무 생각 없이 바다에 누웠던 날 — 4월부터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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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뭔가를 계속 하려고 했다.

블로그도 쓰고, 서비스도 만들고, 수익도 내보려고. 머릿속에 계획은 많았다. 그런데 실제로 손에 잡히는 건 없었다. 수익은 하나도 생기지 않았고, 애드센스는 계속 거절당했고,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 안 하게 됐다.

억지로 하던 것들이 귀찮아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강원도를 다녀왔다.

아내와 함께. 바다가 있었다. 물이 맑았다.

처음엔 그냥 들어갔다. 수영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물에 들어갔다가, 어느 순간 몸을 뒤로 눕혔다.

등이 물에 닿는 순간, 뭔가 달라졌다.

맑은 공기, 시원한 물, 그리고 아무 소리도 없는 것 같은 그 느낌.

떠 있었다.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물으면, 솔직히 아무 생각도 없었다.

수익 생각도 안 했고, 블로그 생각도 안 했고, 애드센스 생각도 안 했다. 그냥 좋은 기분만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 시간이 아쉬울 만큼 좋았다.


다음 날 아침, 혼자 다시 바다에 갔다.

아내는 숙소에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 혼자 들어가는 게 조금 겁났다. 깊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혼자라는 게 무서웠다.

그래도 들어갔다.

그리고 또 누웠다.

사람이 없으니까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어색하게 보일 필요도 없었다. 그냥 혼자, 물 위에 떠 있었다.

전날 아내와 함께 누웠던 것과 느낌이 달랐다. 뭐가 달랐는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그냥 달랐다. 좀 더 조용했고, 좀 더 혼자였고, 그래서 좀 더 편했다.


릴케는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자기 자신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세요. 그리고 그 속에 머무세요."

그때는 이 말을 몰랐다. 하지만 혼자 바다에 누워 있던 그 아침이, 나중에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떠올랐다.

고독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아마 그 아침 덕분이었을 것이다.


돌아와서 다시 뭔가 하고 싶어졌다.

갑자기 의욕이 생긴 건 아니었다. 그냥 잊고 있던 것들이 하나둘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손대지 않던 것들이 다시 건드려보고 싶어졌다.

지금은 새로운 걸 만들고 있다. 텍스트 기반 스토리 게임. 해커톤 마감이 6일 남았다. 블로그도 다시 쓰고 싶어졌다. 유튜브도 언젠간 해보고 싶다.

수익은 아직 없다. 인스타링크에 가입한 사람이 다섯 명 생겼다. 무료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게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뭔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고 온 건 아니다.

그냥 혼자 바다에 누워 있다 왔다. 겁났지만 좋았다.

그게 전부인데, 그게 꽤 많은 걸 바꿔놓은 것 같다.


애드센스가 또 거절할 수도 있다. 해커톤도 안 될 수도 있다. 수익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눕고 보는 거다.

물 위에 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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