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옆 가게가 잘 될 때 드는 감정에 대하여 — 솔직하게

반응형

도스토옙스키는 《지하로부터의 수기》 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병든 사람이다. 나는 심술궂은 사람이다. 매력 없는 사람이다. 내 간이 아프다고 생각한다."

이 첫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이상하게 웃겼다. 소설 첫 줄이 이래도 되나 싶어서.

그런데 오래 생각하니 알겠더라. 이 솔직함이 독자를 잡아당기는 거라는 걸.

그래서 나도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


옆 가게가 잘 될 때, 처음 드는 감정은 기쁨이 아니다.

"왜 저기는 되고 나는 안 되지."

이 생각이 먼저 온다. 그리고 바로 그 생각에 죄책감이 따라온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그 두 감정이 거의 동시에 온다.


실제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걸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다들 "옆 가게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물론 그 마음도 있다. 동네 상권이 살아나면 우리 가게도 좋으니까.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감정을 외면하면, 혼자 오래 이상한 기분이 된다.


심리학자 칼 융은 "그림자(Shadow)"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어두운 면. 그것을 외면할수록 더 강하게 우리를 지배한다고 했다.

옆 가게가 잘 될 때 드는 그 감정, 외면하면 안 된다.

"나 지금 질투하고 있구나." 하고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그 감정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런 질문을 해보면 좋다.

"옆 가게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뭘까?"

경쟁이 아니라 관찰로 전환하는 것.

잘 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격인지, 메뉴인지, 분위기인지, 사장님 성격인지. 그걸 화 내면서 보는 게 아니라, 궁금해하면서 보면 배울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그 심술궂고 병든 사람이 그렇게 사랑받는 건, 그가 솔직하기 때문이다.

우리 다 가끔 심술궂다.

그 마음을 인정하는 게 더 건강하다.

옆 가게 잘 되는 날, "저기 왜 잘 되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정상이다. 그다음에 뭘 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