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는 시 《우울》 에서 이렇게 썼다.
"이 세상 전체가 감옥으로 변해버리고
희망은 겁에 질린 박쥐처럼 날아다닌다."
비 오는 날 손님이 없는 오후에 이 시를 읽으면, 조금 웃긴다.
과하게 공감이 돼서.
비가 오면 손님이 줄어든다. 이건 거의 모든 소상공인이 알고 있는 불문율이다.
특히 오후 두 시. 비는 오고, 손님은 없고, 직원도 나도 서로 눈을 피하면서 각자 폰을 보거나 행주를 접는 척 한다.
그 시간이 꽤 길게 느껴진다.
시계를 보면 5분밖에 안 지났다.
그 시간에 이상한 생각들을 많이 했다.
처음엔 불안했다. 오늘 매출이 얼마일까. 저번 달이랑 비교하면. 이러다가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창밖을 봤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한참 봤다. 별 생각 없이. 그냥.
그 5분이 꽤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 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빗소리가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있으니까."
그 문장을 읽었을 때 "아, 이거구나" 싶었다.
비 오는 날 손님 없는 오후의 쓸모.
아무 생각 없이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
사실 가게를 하다 보면 조용한 순간이 거의 없다. 손님 응대, 전화, 발주, 정리.
그 모든 게 없어지는 순간이 비 오는 날 오후 두 시다.
처음엔 그 시간이 두려웠는데, 요즘은 조금 기다려진다.
뭔가 대단한 걸 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보들레르가 "희망이 겁에 질린 박쥐처럼 날아다닌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날아다니기라도 하잖아.
사라진 게 아니라.
비 오는 날, 그게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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