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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름도 모르는 그 손님 — 기억에 남는 사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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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는 《이방인》 을 이렇게 끝낸다.

"마치 그 거대한 분노가 내 안의 악을 씻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희망은 사라지고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

이 문장을 가게 혼자 있을 때 읽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

손님이 없는 날, 이게 무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혹시 이건 아닐까.


이름도 묻지 않았고, 연락처도 없는 손님이 있다.

한동안 자주 오다가 사라진 사람들.

그 사람들이 가끔 생각난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어느 분은 네일샵을 운영하는데, 시술하다가 손님이 울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아무 이유도 말 안 했다. 그냥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그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화장지만 슬쩍 내밀었다고 했다.

그 손님은 "감사합니다" 하고 갔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왔다.


가게를 하다 보면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런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은, 가장 많이 온 사람이 아니다. 가장 많이 쓴 사람도 아니다.

왠지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그게 왜인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 에서 늙은 화가는 죽어가는 소녀를 위해 벽에 잎새를 그린다. 이름 없이. 소리 없이. 그리고 죽는다.

소녀는 그 잎새가 그림인 줄도 몰랐다.


가게 일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이름도 남기지 않고, 기억될지도 모르면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어느 날 이름도 모르는 그 손님의 하루 중 한 부분이 됐을 수도 있다.

그게 가끔 꽤 의미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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