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는 《이방인》 을 이렇게 끝낸다.
"마치 그 거대한 분노가 내 안의 악을 씻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희망은 사라지고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
이 문장을 가게 혼자 있을 때 읽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
손님이 없는 날, 이게 무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혹시 이건 아닐까.
이름도 묻지 않았고, 연락처도 없는 손님이 있다.
한동안 자주 오다가 사라진 사람들.
그 사람들이 가끔 생각난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어느 분은 네일샵을 운영하는데, 시술하다가 손님이 울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아무 이유도 말 안 했다. 그냥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그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화장지만 슬쩍 내밀었다고 했다.
그 손님은 "감사합니다" 하고 갔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왔다.
가게를 하다 보면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런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은, 가장 많이 온 사람이 아니다. 가장 많이 쓴 사람도 아니다.
왠지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그게 왜인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 에서 늙은 화가는 죽어가는 소녀를 위해 벽에 잎새를 그린다. 이름 없이. 소리 없이. 그리고 죽는다.
소녀는 그 잎새가 그림인 줄도 몰랐다.
가게 일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이름도 남기지 않고, 기억될지도 모르면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어느 날 이름도 모르는 그 손님의 하루 중 한 부분이 됐을 수도 있다.
그게 가끔 꽤 의미 있게 느껴진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빠르게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 3년째 되던 해에 알았다 (0) | 2026.07.15 |
|---|---|
| 옆 가게가 잘 될 때 드는 감정에 대하여 — 솔직하게 (0) | 2026.07.14 |
| 비 오는 날 손님이 없을 때 하는 생각들 (0) | 2026.07.12 |
| 매일 아침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 — 반복이 지루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날 (0) | 2026.07.11 |
| 잘 안 되는 날에도 가게 문을 여는 이유 — 의지가 아니라 관성에 대하여 (0) | 2026.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