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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잘 안 되는 날에도 가게 문을 여는 이유 — 의지가 아니라 관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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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 에서 이렇게 썼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처음엔 그냥 예쁜 말이라고 넘겼다. 그런데 잘 안 되는 날이 계속되던 어느 겨울, 그 문장이 갑자기 달리 읽혔다.

사막처럼 느껴지는 날들. 손님도 없고, 매출도 없고, 의욕도 없는 날들.

그래도 어딘가에 샘이 있다고, 생텍쥐페리는 말하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믿지 않았다.

가게를 열고 세 달이 지났는데 손님이 안 늘었다. 광고도 해봤고, 메뉴도 바꿔봤고, 인테리어도 조금 바꿔봤다. 그래도 조용했다.

그 시기에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면서 든 생각이 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의지로 버텼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사실은 그냥 관성이었다. 어제도 열었으니까 오늘도 연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

어떤 날, 손님이 한 명도 없던 오후에 혼자 커피를 내리다가 갑자기 그냥 맛있었다. 아무도 없는데. 아무 의미 없이 내린 커피가 그냥 맛있었다.

그 순간이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 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다시 해봐. 다시 실패해봐. 더 잘 실패해봐."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처음엔 이 말이 잔인한 농담인 줄 알았다. 실패를 잘 하라고? 그게 무슨 위로야.

그런데 오래 생각하니까 알겠더라.

더 잘 실패한다는 건, 지난번 실패보다 조금 더 앞에서 실패한다는 뜻이다. 즉,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잘 안 되는 날도 가게 문을 여는 이유.

처음엔 의지였다가, 어느 순간 관성이 되고, 또 어느 순간 습관이 된다.

그 관성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없는 오후에 혼자 내린 커피가 맛있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게 샘이다. 생텍쥐페리가 말한.

사막 어딘가에 숨어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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