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각이다."
이 문장을 비틀어보면 이렇게 된다.
"빠르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엇비슷하고, 오래 걸린 사람들은 이유가 제각각이다."
후자가 더 재밌다고 생각한다.
가게를 연 첫 해, 나는 계속 "1년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빠르게 성공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급해졌다. SNS에 "오픈 6개월 만에 월매출 OOO"이라는 글을 보면 괜히 내가 뒤처지는 것 같았다.
그 조급함이, 지금 돌아보면 꽤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게 했다.
2년째가 됐을 때 조금 달라졌다.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불안이 줄었다. 익숙해진 걸 수도 있고, 포기한 걸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단골이 생겼다. 이름을 아는 손님이 생겼다.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를 안 물어봐도 되는 손님이 생겼다.
숫자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쌓이고 있었다.
시인 윤동주는 《서시》 에서 이렇게 썼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빠르게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괴로워했던 그 마음이, 윤동주의 "잎새에 이는 바람"처럼 느껴졌다.
작은 것에도 흔들리는 마음.
그런데 그 괴로움이 사실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기도 했다.
3년째 되던 해 어느 날, 처음 온 손님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 오래됐죠? 왠지 그런 느낌이에요."
처음 들어온 손님이 느낄 수 있는 것. 그게 3년이었다.
빠른 성공이 아니라 천천히 쌓인 것들이 만든 "왠지 그런 느낌."
빠르게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 말을 들은 날 처음으로 진짜로 믿었다.
아직도 가끔 조급하다.
하지만 이제 그 조급함을 보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 아직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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