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냉소주의자는 모든 것의 가격을 알지만, 아무것의 가치도 모른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메뉴 가격표를 짜고 있었다. 아메리카노를 4,500원으로 할지, 5,000원으로 할지 고민하면서.
500원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었지만,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달랐다.
"여기 좀 비싸지 않아요?"
한 손님이 처음 왔을 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잠깐 멈췄다.
비싸다. 맞다. 동네 카페보다 500원 비싸다.
그런데 이상하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안 나왔다. 대신 이런 말이 나왔다.
"저는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요. 매일 아침마다요."
손님은 잠깐 나를 보더니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하나.
그 손님은 한 달 뒤에 단골이 됐다.
경제학에 "베블런 효과"라는 게 있다. 가격이 비쌀수록 오히려 더 사고 싶어지는 현상이다. 명품 가방, 고급 레스토랑.
하지만 소상공인의 세계는 조금 다르다.
비싸서 사는 게 아니라, 비싼 이유를 납득해서 사는 거다.
500원의 차이가 아니라, 매일 아침 원두를 직접 로스팅한다는 그 이야기가 가격을 정당화시켜 준다.
소설 《파친코》 에서 이선 백 작가는 이런 장면을 썼다. 주인공 선자가 된장찌개를 끓이는 장면. 특별할 것 없는 장면인데 왠지 그 냄새가 날 것 같았다.
아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선자가 그 된장찌개를 얼마나 정성으로 끓이는지가 문장 사이로 느껴졌기 때문에.
가격은 몰라도 가치는 느껴진다.
5천 원짜리 커피.
그 안에 원두 값, 임대료, 전기세,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나온 사람의 시간이 들어있다.
그걸 다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모금 마셨을 때 "아, 맛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는, 그 모든 게 이미 들어있다.
5천 원짜리 커피에는 사실 그 이상의 것들이 담겨 있다.
가격을 매기는 사람도, 마시는 사람도, 가끔은 그걸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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